2022.03.02
헬스 톡톡_ 김수정 영동한의원장
자궁 차가우면 움직임 저하, 배출 방해 / 어혈 계속 쌓이며 심한 생리통 일으켜 / 냉증은 비만·부종·여드름까지 유발
환자 상태별 맞춤 한약, 냉증 개선 집중 / 침·뜸·온열 치료 병행… 혈류 순환 원활 / 꾸준한 운동·족욕 등 습관 바꾸면 도움
월경은 여성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지나치게 짧거나 긴 월경 주기, 비정상적인 월경 중 출혈량 감소 또는 증가, 진통제로 해결되지 않는 월경통 등은 대표적인 자궁 건강 적신호이다. 하지만 월경에 문제가 생겨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 등을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도, 치료를 위해 피임약 등을 복용해도 그때뿐인 이들도 많다. 한의학에서는 다른 질환이 없는데 월경 이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냉증(冷症)’을 지목한다. 한의학은 냉증을 어떻게 치료할까?
◇여성 삶의 질 떨어뜨리는 냉증
냉증은 말 그대로 몸이 차가워지는 상태를 뜻한다. 냉증으로 인한 증상은 개인차가 있다. 냉증이 있는 사람은 ▲따뜻한 곳에서도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고 ▲땀이 많이 나도 쉽게 찬 기운이 느껴지며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질 분비물이 증가하며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쉽게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영동한의원 김수정 원장은 “우리 몸은 전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냉증이 발생하면 손발이나 아랫배처럼 특정 부위가 차가워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신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며 “여성의 경우, 냉증이 있으면 자궁이 차가워져 질 분비물 증가 외에도 심한 월경통, 불규칙한 월경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냉증은 자궁의 원활한 움직임을 방해해 월경 문제를 일으킨다. 김수정 원장은 “우리 몸은 월경혈을 내보내기 위해 프로스타글란딘 호르몬을 분비해 자궁을 수축시킨다”며 “이때 자궁이 차가우면 자궁의 움직임이 저하돼 월경혈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배출되지 못한 생리혈, 즉, ‘어혈(瘀血)’이 쌓이며 심한 생리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냉증이 생긴 자궁은 꽝꽝 언 페트병과 같은데 월경 때가 되면 혈을 빼내기 위해 얼어 있는 페트병을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상태가 된다. 자궁이 차가워지면 생리통이 심해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혈이 계속 쌓이면 자궁내막이 계속 부푼 채로 유지돼 정상 생리 주기를 뛰어넘는 ‘희발 월경’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수정 원장은 “냉증으로 인한 전반적인 신진 대사 저하는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노폐물을 계속 몸 안에 쌓이게 한다”며 “대사저하로 인해 혈액 순환과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지지 않으면 ‘수독(水毒)’이 생기고, 이는 비만·부종·여드름 등의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월경 문제 근원 ‘냉증’ 개선하는 한방 치료
한의학에서는 냉증이 심한 월경통·월경불순 등의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에 치료 역시 냉증 개선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냉증 개선 치료는 주로 한약이 사용된다. 한약은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김수정 원장은 “체격이 작으며, 냉증으로 인해 몸이 차갑고, 기력이 떨어져 월경 문제가 생긴 여성에겐 ‘당귀작약산’이, 체격은 크지만 냉증으로 어혈이 쌓여 문제가 생긴 여성은 ‘계지복령환’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호소하는 증상과 전신 상태에 따라 당귀작약산, 계지복령환 등에 ‘건칠’을 더하면 냉증을 개선하면서 생리통과 생리 불순까지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월경통·월경불순이 심하다면 한약과 함께 생식기계의 혈류 순환을 도울 수 있는 침·뜸·온열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평소 간단한 지압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냉증과 그로 인한 월경통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한 월경통, 월경불순, 손발과 복부의 냉감을 느낀다면, ‘삼음교(三陰交)’와 ‘관원혈(關元穴)’을 눌러보자.
삼음교는 발목 안쪽 복사뼈에서 손가락 세 마디 정도 위에 있는 혈 자리로, 혈액을 주관하는 3개의 음경락(陰經絡)이 교차하는 자리이다. 원활한 혈액 운동을 도와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자극해 주면 도움이 된다.
관원혈은 배꼽에서 엄지손가락 세 마디 정도 아래에 있는 곳으로, 하복부의 냉기가 겉으로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양손으로 관원혈을 부드럽게 누르고 시계방향으로 돌려주며 마사지해 주면 아랫배가 부드럽게 풀어지며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양기(陽氣)를 증진시킬 수 있다.
◇생활 습관 변화 노력 동반해야
냉증을 개선하기 위해선 치료도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도 바꿔야 한다. 김수정 원장은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도 개선해야 냉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에도 족욕과 반신욕으로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체온을 높여 대사를 활발히 해줘야 냉증이 심해지지 않는다”며 “또한, 땀이 약간 나는 가벼운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하면, 체내 수독을 배출시켜 냉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3/01/2022030101176.html?ref=cash(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