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버티기’에 친박계가 물러섰다. 4·13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뒤에까지 시끄러웠던 새누리당의 공천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새누리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5일 오후 김무성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재오·유승민·김영순 후보가 탈당한 서울 은평을과 대구 동을, 그리고 서울 송파을에 20대 총선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날 김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요구했던 ‘무공천 5개 지역’ 중 대구 동갑과 대구 달성을 제외한 3곳을 무공천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으로 당초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자로 발표한 서울 은평을의 유재길 후보와 대구 동을의 이재만 후보는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후보 등록 기간에는 탈당과 당적 변경을 금지하도록 한 선거법 때문이다. 반면 집권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유승민·이재오 의원의 선거 부담은 작아졌다.
새누리당은 대구 동갑엔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을, 달성엔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을 그대로 공천하기로 했다. 재심 지역인 대구 수성을엔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를 공천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총선에서 승리해 박근혜 정부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는 결정이 이뤄졌다” 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수도권 선거가 전멸 위기 상황에서 당 대표가 잘못된 공천위 결정에 맞서 내용과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3곳을 무공천으로 관철했다”며 “고뇌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김 대표 리더십은 이것으로 끝장났다” 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지만 참모들은 김 대표를 성토했다. 익명을 원한 한 참모는 “김 대표의 선택은 정치 진로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정치학) 교수는 “대선이 2년 가까이 남았지만 공천 갈등을 통해 차기 대선주자인 김무성 대표와 현재 권력인 박 대통령 사이의 권력투쟁이 조기에 불붙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4일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기 위해 5곳에 대한 공천위의 결정을 의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한 뒤 지역구(부산 영도)로 내려갔던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상경해 최고위를 주재했다. 김 대표는 “후보 등록 마감 때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고 했지만 원유철 원내대표 등의 소집 요구에 응했다. 3곳 무공천 결정을 내리기까지 새누리당 최고위는 4시간이 넘도록 비공개 회의를 했다.
[출처] 중앙일보 이가영·현일훈 기자